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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계약이 끝날 무렵,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시세가 올랐으니 전세금을 올려야 합니다." 저도 그 순간을 겪었고, 반대로 집주인 입장이 되어 세입자와 맞서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글자만 보면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이건 실제 이삿짐을 앞에 두고 맞닥뜨리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 세입자가 쥔 2년의 무기
제가 처음 이 제도를 제대로 공부하게 된 건 우리 아파트 세입자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다 성인이 되고, 드디어 우리 집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습니다. 2년 전 계약할 때 세입자분도 2년만 사시겠다 했고, 저도 그쯤이면 들어가겠다고 충분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 만료가 다가오자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임차인이 기존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전에 "2년 더 살겠습니다"라고 의사를 표시하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는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 법적 권리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근거하며, 이 권리는 1회에 한해 행사할 수 있습니다. 기본 2년에 갱신 2년을 더해 총 4년의 거주를 보장받는 구조입니다(출처: 나무위키 임대차3법).
행사 시점도 중요합니다.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임대인에게 명확히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문자든 내용증명이든 증거가 남는 방식이면 됩니다. 저는 당시 이 시점 규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세입자분께 실거주 사유를 증빙자료와 함께 설명드렸고, 결국 원만하게 협의가 됐습니다. 법을 알고 있었던 덕분이었습니다.
한 가지 제가 직접 겪어보니 헷갈리기 쉬운 게 있습니다. 바로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청구권의 차이입니다. 묵시적 갱신이란 계약 만료가 됐음에도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아무 말 없이 그냥 넘어가면 기존 조건 그대로 자동 연장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묵시적 갱신 이후에도 청구권을 별도로 1회 더 행사할 수 있습니다.
- 행사 횟수: 임차인 1회 한정, 갱신 후 존속기간 2년
- 행사 시점: 계약 종료 6개월 전 ~ 2개월 전 사이 통지
- 중도 해지: 임차인은 해지 통보 후 3개월 뒤 효력 발생, 복비 없음
- 묵시적 갱신과 별개: 묵시적 갱신 이후에도 청구권 1회 추가 행사 가능
- 거절 가능 사유: 임대인 본인·직계존비속 실거주, 2기 이상 차임 연체, 무단 전대 등
5% 상한, 숫자 하나가 가르는 희비
제가 서울에 처음 집을 마련한 건 2008년에서 2009년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친한 친구는 저보다 대출을 더 받아서 서울 중심부의 신축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습니다. 2년 후,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세금을 1억 원 넘게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겁니다. 추가 대출을 또 받아야 했던 그 친구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전월세상한제 같은 장치가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전월세상한제란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여 계약을 연장할 때, 임대인이 기존 임대료의 5%를 초과해 인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상한선을 정해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전세 보증금이 5억 원이라면, 집주인은 최대 2,500만 원까지만 올릴 수 있습니다. 5억 2,500만 원이 상한선인 셈입니다(출처: R114 부동산 용어사전).
여기서 중요한 건 5%가 의무 인상률이 아니라 상한선이라는 점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하면 3%만 올릴 수도 있고, 동결할 수도 있습니다. 협의가 안 되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5%를 초과해 계약이 이뤄졌다면 초과분은 무효이며, 이미 낸 금액이 있다면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제도는 갱신 계약에만 적용됩니다.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와 신규 계약을 맺을 때는 5% 제한이 전혀 없습니다. 이 구조가 만들어낸 문제가 바로 이중가격 현상입니다. 이중가격 현상이란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이라도 갱신 계약 매물과 신규 계약 매물 사이에 수억 원의 가격 차이가 생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4년간 5%밖에 못 올린 손실을 신규 세입자에게 한꺼번에 만회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시기에 새로 집을 구해야 했던 사람들의 부담이 오히려 크게 늘었던 건 제가 주변에서 직접 목격한 일입니다.
이중가격의 현실, 법을 알아야 손해를 안 본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임대차3법이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정작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이 더 높은 전세금을 부담하게 된 현실은 아이러니했습니다. 이중가격 현상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눈에 띄게 나타났습니다. 저도 당시 이사를 고려하던 시점에 같은 단지 내 갱신 매물과 신규 매물의 전세가가 1억~2억 원 넘게 차이 나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또 하나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바뀌어도 기존 임대차 계약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새 집주인은 기존 계약의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이어받기 때문에 세입자는 갱신 거절 사유가 없는 한 계속 거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새 집주인이 처음부터 실거주를 목적으로 집을 매수했다면 갱신 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사실이 드러나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라 갱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 또는 새 임대료와의 차액 2년분 중 큰 금액이 배상 기준이 됩니다. 이 조항을 몰랐다면 그냥 억울하게 나갔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법 조문을 외우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사를 앞두거나 계약 만료가 다가올 때 이 구조를 알고 있으면, 상대방의 주장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전세금 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임대인이 변경됐을 때 보증회사에 변경 내용을 반드시 알려야 보증 효력이 유지된다는 점도 놓치기 쉬운 실무 포인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집주인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 다만 임대인 본인 또는 직계존비속의 실거주, 임차인의 2기 이상 차임 연체, 무단 전대, 주택 중대 파손 등의 사유가 있다면 거절이 가능합니다. 저도 집주인 입장에서 실거주 증빙을 갖춰 설명했더니 협의가 됐습니다.
Q. 전세금을 5%까지 꼭 올려줘야 하는 건가요?
A. 5%는 상한선이지 의무 인상률이 아닙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하면 그보다 낮게 올리거나 동결도 가능합니다. 합의가 안 되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으며, 임대인이 5%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Q. 묵시적 갱신이 된 상태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묵시적 갱신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보지 않기 때문에, 묵시적 갱신 기간이 지난 뒤에도 임차인은 청구권을 1회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묵시적 갱신 후 임차인이 언제든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반면 임대인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꼭 챙겨야 할 부분입니다.
Q. 집주인이 실거주 이유로 내보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한테 세를 줬어요. 어떻게 하나요?
A.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갱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 또는 새 임대료와 기존 임대료 차액의 2년분 중 큰 금액이 배상 기준이 됩니다. 퇴거 후에도 2년간 해당 주택의 임대차 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 사실 확인이 가능합니다.
결론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먼 나라 법 조문이 아니라, 이삿짐 앞에서 마주치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제 경우를 돌아보면, 세입자로 살 때도 집주인으로서 협의할 때도 이 구조를 미리 알고 있었던 덕분에 불필요한 감정 싸움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몰랐다면 어느 쪽이든 손해를 봤을 상황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임대차3법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설계됐지만, 이중가격 현상처럼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낳았습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 이 법이 현재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계약 만료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면, 지금이 바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조문 한 번 확인해볼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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