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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 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금이 무려 1조 565억 원에 달했습니다. 5개월 만에 1조 원을 넘긴 수치입니다. 저도 다세대주택 전세 만기 때 다음 입주자가 구해지지 않아 이사도 못 하고 발만 동동 구른 기억이 있는데, 그때 전세보증보험을 몰랐던 것이 지금도 아찔합니다. 법의 허점을 파고드는 전세사기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지금, 전세보증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가입조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전세보증보험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HF(한국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보험) 세 곳에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세 기관 모두 적용되는 공통 가입조건이 있는데, 막상 체크해보면 탈락하는 경우가 꽤 있어서 미리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전세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하고, 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반드시 완료된 상태여야 하는데, 여기서 확정일자란 임대차계약서에 법적 날짜 도장을 받아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는 절차입니다. 쉽게 말해 경매가 진행될 경우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순위를 법적으로 확정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보증보험과 무관하게 전세계약을 하면 반드시 해두셔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제가 놓쳤던 부분이 바로 담보인정비율(LTV) 조건이었습니다. 여기서 담보인정비율이란 주택 가격 대비 보증금과 선순위 채권의 합산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HUG 기준으로는 이 합산 금액이 주택 가격의 90% 이내여야 가입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짜리 집이라면 내 보증금과 집에 걸린 대출 합계가 9천만 원을 넘으면 보증보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소위 깡통전세라 불리는 상황이 바로 이 조건을 초과한 경우입니다.
등기부등본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압류, 가압류, 가처분, 경매개시등기가 하나라도 있으면 보증보험 가입 자체가 거절됩니다. 그리고 많은 공인중개사도 놓치는 부분인데,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모두 임대인 한 명이어야 합니다. 건물은 남편 명의인데 토지는 부인 명의인 경우, 이것만으로도 가입이 불가능해집니다. 저는 계약 당시 이 사실을 몰랐고, 다행히 해당이 없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 전세계약 기간 1년 이상, 계약 기간 1/2 경과 전 신청
- 전입신고 + 확정일자 완료 필수
- 보증금 + 선순위 채권 합계가 주택가격의 90% 이내
- 압류·가압류·가처분·경매개시등기 없을 것
- 건물과 토지 소유자가 임대인으로 동일할 것
- 공인중개사가 체결한 계약서일 것
- 수도권 보증금 7억 이하, 그 외 지역 5억 이하
보증료, 얼마나 나올까요
전세보증보험의 보증료율은 일반적으로 연 0.115%~0.154% 수준입니다. 보증료율이란 내가 가입한 보증금액에 곱해지는 비율로, 일반 보험의 보험료율과 같은 개념입니다. 보증금액, 주택 유형(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 등), 그리고 부채비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출처: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계산 방법은 간단합니다. 보증금액 × 보증료율 × 계약기간(년)으로 총 보증료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 원, 계약기간 2년, 보증료율 0.128%라면 총 보증료는 512,000원입니다. 2년 24개월로 나누면 매월 약 21,333원꼴입니다. 생각보다 부담이 크지 않다고 느꼈는데, 이건 제 경우에도 비슷했습니다.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HUG 전세보증은 모바일로 가입하면 보증료의 3%를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네이버부동산, 카카오페이, 토스 앱에서 모두 신청 가능하니 지사를 방문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합니다. 여기에 청년, 신혼부부 등 해당 조건이 맞으면 추가 할인도 적용되는데, 담당자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 제 경험상 이건 직접 찾아서 챙기는 편이 낫습니다.
집주인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경우라면 보증료의 75%를 집주인이 부담하고 세입자는 25%만 내면 됩니다. 반면 일반 임대인이라면 세입자가 전액을 부담합니다. 저처럼 일반 다세대주택에 들어간 경우에는 전액 본인 부담이었는데, 그래도 수천만 원짜리 보증금을 지키는 비용으로 보면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집주인이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주인 동의가 필요하다고 잘못 알고 있는 분이 많은데, 2018년 2월 이후로 세입자의 동의 의무는 폐지되었습니다. 즉 집주인 허락 없이 단독으로 가입 가능합니다. 단, 가입한 사실 자체는 집주인에게 반드시 통보됩니다. 이 통보는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어차피 집주인은 알게 된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가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집주인이 계약 자체를 꺼리는 경우입니다. 크게 두 가지 상황이 생깁니다. 첫째는 보증보험 가입을 이유로 전세계약 체결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계약서에 채권양도금지 특약을 집어넣는 경우입니다. 채권양도금지 특약이란 세입자가 보증기관에 보증금 반환 채권을 넘기지 못하도록 막는 조항으로, 이 특약이 있으면 보증보험의 핵심 기능 자체가 무력화됩니다. 쉽게 말해 보험을 들어놓고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집주인이 있다면 그 계약은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보증보험을 거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출이 많거나 집값이 보증금에 비해 위험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만든 장치를 굳이 막으려는 임대인의 집이라면, 솔직히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적신호입니다(출처: 홈노크 부동산 인사이트).
전세가율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전세가율이란 전세보증금을 주택 매매가격으로 나눈 비율로, 이 수치가 80%를 넘으면 통상 위험 구간으로 분류됩니다. 70% 이하를 유지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한데, 제가 살던 다세대주택은 나중에 계산해보니 전세가율이 꽤 높았습니다. 그때 이 개념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더 꼼꼼히 따졌을 텐데, 그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간이 지났는데 아직 가입 못 했어요. 어떻게 하나요?
A. 계약 기간의 1/2이 지나면 신규 가입이 불가능합니다. 2년 계약이라면 계약 시작일로부터 1년 이내에 신청을 완료해야 합니다. 이미 기간이 지났다면 다음 재계약 시점에 바로 가입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계약 체결 직후 바로 신청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Q. 다가구주택 전세인데 보증보험 가입이 특히 어렵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다가구주택은 같은 건물 안의 모든 세입자 보증금 합계와 선순위 채권이 주택 가액의 80% 이내여야 가입 가능한데, 실제로는 이 합계가 주택 가격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 계약 전 전입세대 열람원을 발급받아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 현황을 꼭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전세보증보험 가입하면 집주인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A. 2018년 2월 이후 집주인 동의 의무는 폐지되었습니다. 다만 가입 사실은 통보되기 때문에 어차피 집주인은 알게 됩니다. 사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면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으며, 가입을 강하게 거부하는 집주인이라면 오히려 그 이유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Q. 직접 HUG 지사를 방문해야 하나요, 아니면 앱으로도 되나요?
A. 네이버부동산, 카카오페이, 토스 앱에서 모두 모바일 신청이 가능합니다. HUG 전세보증 기준으로 모바일 가입 시 보증료 3% 할인 혜택도 있어 방문보다 유리합니다. 전세대출을 이용 중인 경우에는 대출 은행 창구에서도 위탁 신청이 가능하니 은행 담당자에게 먼저 문의하는 것도 효율적입니다.
결론
전세보증보험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계약 전 가입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할 것, 계약 기간 절반이 지나기 전에 신청할 것, 그리고 채권양도금지 특약이 계약서에 없는지 반드시 점검할 것입니다.
저처럼 전세 만기 때 다음 세입자를 기다리며 조마조마했던 경험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전세보증보험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집주인 대출이 많아 채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까지 겹쳤다면 보증금 전액을 날리는 사태가 됐을 수도 있었습니다. 전세를 구하기 전에 등기부등본 확인, 전세가율 70% 이하 유지, 그리고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체크를 체크리스트 맨 앞에 놓는 것을 권합니다.
참고: 뱅크샐러드 전세보증보험 가이드 | 홈노크 부동산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