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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181일 중 122일을 한 푼도 쓰지 않은 27살 직장인이 있습니다. 저는 이 얘기를 처음 접했을 때 "아, 나도 저렇게 살았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결혼 전 서울 자취 시절, 아침은 굶고 점심은 김밥 한 줄, 저녁은 알바 자리에서 얻어먹던 그 시절이 떠올랐거든요. 지금 2030 청년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무지출 챌린지, 단순한 유행일까요, 아니면 뭔가 더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걸까요.
절약 트렌드, 왜 지금 이렇게 퍼지는 걸까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플렉스(Flex)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명품백을 사거나 비싼 식당을 가는 걸 SNS에 올리며 과시하는 문화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짠테크라는 말도 익숙해졌고, '오늘 무지출 인증'이라는 게시물이 오픈채팅방을 가득 채우는 시대가 됐습니다. 짠테크란 짜다는 표현처럼 극도로 소비를 아끼면서 돈을 모으는 재테크 방식을 뜻합니다.
이 흐름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숫자를 좀 봐야 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체감경제고통지수 분석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7.2로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시사IN). 다른 연령대가 11.5~18.8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청년 세대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압박을 받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체감경제고통지수란 체감실업률과 체감물가상승률을 합산한 지표로, 숫자가 클수록 일상에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크다는 뜻입니다.
제가 자취하던 시절에는 이런 챌린지라는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냥 돈이 없어서 안 쓴 거였어요. 면봉 하나를 아끼려고 솜 부분을 살짝 뜯어내고 재사용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청년들은 같은 상황을 훨씬 영리하게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모여 서로 절약법을 공유하고, 인스타그램에 '무지출' 해시태그를 달아 인증하는 방식으로 혼자서는 지치기 쉬운 과정을 게임처럼 즐기고 있으니까요.
이 현상을 두고 소비자학 전문가들은 SNS로 타인의 삶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그 반작용으로 지출을 줄이려는 심리가 강해졌다고 분석합니다. 고물가라는 외부 압력과 SNS 비교 문화라는 심리적 압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건데, 제 경험에 비추어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석입니다.
- 무지출 챌린지: 생필품 외 소비를 줄이고 '지출 없는 날'을 늘려가는 절약 도전
- 냉털·냉파: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털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방식. 식비를 아끼는 대표적 수단
- 배달앱 삭제 챌린지: 배달 앱을 지워버리고 포장만 이용해 배달비를 절약하는 방법
- 통장 쪼개기: 월급이 들어오면 즉시 적금·투자 통장으로 이체해 소비 여지 자체를 없애는 방식
앱테크와 냉털,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무지출 챌린지의 실천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앱테크입니다. 앱테크(App-Tech)란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출석 체크, 만보 걷기, 퀴즈 참여 같은 간단한 미션을 완료하고 포인트나 현금을 얻는 재테크 방식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모으는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는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틱톡 라이트의 '북치기' 이벤트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용자끼리 팀을 짜 북을 더 많이 친 팀이 포인트를 가져가는 방식인데, 이 이벤트 하나로 틱톡 라이트 월간이용자수(MAU)가 지난해 3월 98만여 명에서 올해 2월 470만 명대로 급증했습니다(출처: 아시아경제). 월간이용자수(MAU, Monthly Active Users)란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한 순 이용자 수를 뜻하며, 앱의 실질적 인기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치킨값 정도를 버는 수준이라지만, 어쨌든 그만큼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냉털은 제가 자취 시절에 당연하게 해왔던 일입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남김없이 활용해 요리를 만드는 건데, 당시에는 그게 생존이었다면 지금 청년들은 이걸 SNS에 '냉털 레시피'라는 콘텐츠로 만들어 공유합니다. 발상의 전환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은 행동인데, 한쪽은 궁색하게 느껴지고 다른 쪽은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처럼 보이거든요.
삼성금융네트웍스의 모니모 앱에서 운영하는 기상 챌린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매일 아침 일정 시간에 앱에 접속하면 포인트인 '젤리'를 받는 방식인데, 이 챌린지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이용자들끼리 팀을 만들어 서로 기상 인증을 올린다고 합니다. 소소하지만 목표를 함께 달성한다는 공동체 감각이 지속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혼자서는 금방 지치는 절약 습관도 같이하면 생각보다 오래 이어집니다.
물론 무지출 챌린지를 장기화하면 부작용도 있습니다. 지나친 절약이 인간관계나 자기계발 투자를 줄이고, 건강 악화나 보복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태원에 사는 김민우씨 부부처럼 '3일 무지출 성공 시 외식 허용'이라는 식의 유연한 규칙을 스스로 만드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더 지속 가능해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지출 챌린지, 진짜 돈이 모이기는 하나요?
A. 단기간에 큰돈이 모이는 구조는 아닙니다. 다만 지출 습관 자체를 바꾸는 데 효과적입니다. 부모와 함께 살며 고정비를 최소화한 27세 직장인 김미자씨는 181일 중 122일 무지출로 상반기를 보내며 현재 자산 5,000만 원을 달성했는데, 무지출 챌린지가 소비 습관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조건이 받쳐준다면 분명히 효과는 있습니다.
Q. 앱테크로 실제로 얼마나 벌 수 있나요?
A. 앱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치킨값 수준, 즉 월 2~3만 원 이내입니다. 틱톡 라이트 북치기 이벤트 1등 상금은 400만 원이지만, 현실적으로 노리기 어렵고 소소한 포인트 적립이 주를 이룹니다. 금액보다는 '돈을 쓰지 않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심리적 효과가 더 크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냉털이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A. 냉장고를 털어먹는다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오래 방치된 식재료를 남김없이 활용해 요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식비를 절약하는 동시에 음식물 낭비도 줄일 수 있습니다. 비슷한 표현으로 냉파(냉장고 파먹기)도 함께 쓰입니다.
Q. 무지출 챌린지, 부작용은 없나요?
A. 있습니다. 챌린지가 끝난 직후 보상심리로 오히려 더 많이 쓰는 보복 소비가 대표적입니다. 또 지나친 절약이 건강한 식생활이나 자기계발, 인간관계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지면 개인에게도 악영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완전한 지출 0원보다는 예산 한도를 정해두고 유연하게 운용하는 방식이 더 지속 가능합니다.
결론
무지출 챌린지를 두고 "젊어서 저렇게 살면 안 된다"는 시선도 있고, 반대로 "미래를 위한 당연한 준비"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더 가깝게 생각합니다. 제가 자취 시절 면봉 솜을 떼어 재사용하던 날들이 서글프지 않았던 건, 그 끝에 뭔가가 쌓이고 있다는 감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청년들도 그 감각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픈채팅방에서 "오늘도 즐짠 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모습, 아이돌 굿즈를 중고로 팔면서 유학 자금을 모으겠다는 다짐, 이게 서글픈 장면이라기보다는 꽤 단단한 삶의 태도처럼 보입니다. 고물가와 불안정한 고용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분명히 해결이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방법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은 충분히 응원받아 마땅합니다.
무지출 챌린지에 관심이 생겼다면, 0원 지출을 목표로 삼기보다 먼저 한 달 지출 내역을 꺼내놓고 어디서 줄일 수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제가 지금도 실천하는 첫 번째 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