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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30년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필요한 돈이 생각보다 훨씬 커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연금이 나오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은퇴 시점을 정하고 직접 계산기를 돌려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앞으로 10년 정도 더 일한 뒤 60세 전후에 은퇴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공무원이라 연금소득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노후 준비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우리 부부에게 실제로 필요한 노후자금이 얼마인지”를 숫자로 확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은퇴계산기를 여러 개 이용해 보면서 제가 직접 정리해봤습니다.
노후자금 계산할 때 꼭 필요한 개념
먼저 정해야 할 것은 '10억'이 아니라 네 가지 숫자였습니다. 노후자금을 계산할 때 처음부터 “10억을 모아야 한다”라고 정해놓으면 오히려 막막해집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보니 먼저 정해야 할 것은 다음 네 가지였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넣는다면 연금소득입니다.
노후자금은 단순히 필요한 생활비를 모두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처럼 은퇴 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금소득이 있다면 그만큼 금융자산에서 준비해야 하는 금액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계산할 때 ‘생활비 전체’와 ‘연금으로 들어오는 돈’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지금의 300만원은 같은 300만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현재 한 달 생활비가 300만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3%로 단순 가정하면 20년 후에는 300만원 × 1.03²⁰ = 542만원정도가 됩니다. 현재 300만원으로 생활하는 것과 20년 후 542만원으로 생활하는 것이 비슷한 구매력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아래 계산은 제 실제 은퇴시점이 아니라 물가가 생활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기 위한 단순 예시입니다.
| 현재 월 생활비 300만원 → [물가 상승률 3% 가정] → 20년 후 약 542만원 |
※실제 물가는 매년 달라질 수 있으며 단순 계산 예시
물론 실제 물가는 매년 똑같이 3%씩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어디까지나 계산을 위한 가정입니다. 하지만 이 계산만 해봐도 왜 은퇴자금을 계산할 때 현재 생활비만 그대로 넣으면 안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은퇴기간을 30년으로 잡아봤습니다. 제가 은퇴자금을 계산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은퇴기간이었습니다. 20년만 준비할 것인지, 30년을 준비할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자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금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60세 은퇴 후 30년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잡았습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90세까지 반드시 산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긴 기간을 하나의 기준으로 잡아두고, 이후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하는 것이 마음은 더 편했습니다.
계산기를 돌려보니 생각보다 큰 숫자가 나왔습니다.
여러 은퇴자금 계산기를 이용해서 조건을 조금씩 바꿔봤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계산기마다 결과가 달랐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래서 도대체 얼마가 필요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계산해보면서 오히려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노후자금 계산에서 중요한 것은 계산기가 보여주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어떤 조건을 넣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은퇴 후 생활비를 얼마로 잡는지
물가상승률을 얼마로 잡는지
투자수익률을 얼마로 가정하는지
은퇴기간을 몇 년으로 잡는지
연금소득을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에게 계산기에서 10억원이 넘는 숫자가 나왔다는 것은 “무조건 10억원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설정한 조건에서는 그 정도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처음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노후자금은 ‘모아둔 돈’만 계산하면 안 됩니다.
제가 처음 노후자금을 계산할 때는 단순히 필요한 생활비 × 은퇴기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은퇴 후 매달 필요한 돈이 300만원이라고 해도 연금으로 매달 200만원이 들어온다면 금융자산에서 마련해야 하는 금액은 달라집니다. 반대로 연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금융자산에서 더 많은 금액을 인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노후 준비를 할 때
① 연금으로 들어오는 돈
② 금융자산에서 마련할 돈
③ 필요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주거자산
이렇게 나누어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은퇴 후 생활비가 30년 내내 똑같을까?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흔히 은퇴 후 생활비를 계산할 때 매년 물가만큼 증가한다고 단순하게 가정합니다. 하지만 실제 은퇴자의 소비가 반드시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와 분석도 있습니다. Morgan Stanley의 은퇴지출 분석에서는 은퇴 초기에는 여행이나 외식, 취미 등 활동적인 지출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다가 고령기에 의료비와 장기요양 관련 지출 등으로 다시 증가할 수 있는 ‘Retirement Spending Smile’ 패턴을 설명합니다.
이를 흔히
Go-Go → Slow-Go → No-Go 단계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소비 패턴이 똑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 역시 은퇴하면 초반에는 여행도 다니고 외식도 하면서 지금보다 활동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여행이나 쇼핑에 사용하는 돈은 줄어들 수 있고, 반대로 의료비나 돌봄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은퇴자금을 계산할 때 30년 동안 매달 똑같은 생활비를 쓰는 하나의 시나리오만 보는 것은 부족하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4% 법칙도 참고는 하되 그대로 믿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노후자금을 공부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것이 ‘4% 법칙’입니다. 이 개념은 미국의 재무설계사 윌리엄 벤젠(William P. Bengen)이 1994년 발표한 논문에서 역사적인 투자수익률과 물가 데이터를 이용해 은퇴자산의 인출률을 분석한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출처:Financial Planning Association)
쉽게 이해하면 은퇴 첫해에 금융자산의 일정 비율을 인출하고 이후 물가 등을 고려해 인출액을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흔히
연간 생활비 × 25 = 필요한 은퇴자산 이라는 식으로 단순화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연간 생활비가 3,600만원이라면 3,600만원 × 25 = 9억원 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공식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원래 연구는 미국의 과거 주식·채권 수익률과 물가 데이터를 이용한 역사적 분석이었고, 실제 은퇴자의 자산배분이나 세금, 수수료, 연금소득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Financial Planning Association)
저는 그래서 4% 법칙을 ‘정답’이라기보다 하나의 출발점으로 보기로 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였습니다.
처음에는 노후자금 계산 결과로 10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오자 상당히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계산을 계속해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생활비 → 은퇴 후 생활비 → 연금소득 → 금융자산 인출액
순서로 하나씩 나누어 생각하면 막연했던 노후 준비가 조금씩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또 은퇴 후 생활비가 30년 동안 똑같을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고, 은퇴 초기에는 활동비가 많을 수 있고 중간에는 소비가 줄어들 수 있으며 고령기에는 의료·돌봄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여러 상황을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출처:Morgan Stanley)
저는 지금부터 무조건 ‘10억원’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우리 부부가 받을 연금과 현재 금융자산을 먼저 확인하고, 부족한 금액을 역산해보는 방식으로 준비하려고 합니다.
집은 노후자금에 넣어야 할까?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당장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노후자금을 계산할 때 처음부터 집값을 금융자산에 포함시키기보다는 일단 제외하고 계산해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그렇게 계산한 뒤 부족한 금액이 너무 크다면 주거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별도로 검토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받는 역모기지 제도입니다.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일반 주택연금의 가입 연령을 주택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인 경우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출처:한국주택금융공사)
따라서 집을 가지고 있다면 ‘집을 팔 것인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주택연금 같은 방법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따로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제가 노후자금을 계산하면서 정리한 것
이번에 직접 계산해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노후자금에 정답이 하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10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왔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10억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5억원이면 충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개인마다 은퇴 시점 + 생활비 + 은퇴기간 + 연금소득 + 물가 + 투자수익률 + 자산구성 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다음 순서로 노후 준비를 해보려고 합니다.
1. 60세 전후 은퇴를 가정한다.
2. 은퇴 후 필요한 월 생활비를 계산한다.
3. 물가상승을 반영해 미래 생활비를 계산한다.
4.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예상 연금소득을 확인한다.
5. 연금으로 부족한 금액을 금융자산에서 얼마나 마련해야 하는지 계산한다.
6. 30년 동안 같은 지출을 하는 경우와 지출이 달라지는 경우를 비교한다.
7. 마지막으로 주택연금 등 주거자산 활용 가능성도 따로 살펴본다.
처음 계산기에서 10억원이 넘는 숫자를 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숫자를 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막연하게 “노후 준비를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은퇴했을 때 매달 얼마가 필요하고, 연금으로 얼마가 들어오며, 부족한 금액은 얼마인지”를 아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노후 준비의 시작은 결국 얼마를 모을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은퇴생활에 얼마가 필요한지를 먼저 계산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참고한 자료
William P. Bengen, Determining Withdrawal Rates Using Historical Data, Journal of Financial Planning, 1994.
Morgan Stanley Wealth Management, Retirement Spending Reality _은퇴 후 지출 변화와 Spending Smile 설명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 안내 및 FAQ.
※ 이 글은 개인적인 노후자금 계산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성 글이며, 실제 필요한 은퇴자금은 개인의 소득·연금·자산·지출 및 투자수익률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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