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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아파트 인근 맛집 골목을 걷다보면 폐업 후 몇 달째 공실로 남아있는 가게들이 눈에 밟힙니다. 경기에는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고 배웠는데, 지금 우리가 체감하는 이 불황이 지표상으로도 진짜 불황인지, 저는 그게 늘 궁금했습니다.
경제순환에서 말하는 경기변동
불황이 오면 반드시 호황이 온다. 이 말은 진짜일까요, 아니면 위로용 말일까요? 경제학에서는 이 현상을 경기순환(Business Cycle)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경제 활동의 수준이 일정한 주기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패턴입니다.
이 흐름의 뿌리는 총수요와 총공급의 변동에 있습니다. 총수요란 한 나라 경제 전체에서 일정 기간 동안 구매하려는 재화와 서비스의 합계이고, 총공급은 반대로 생산하려는 측의 총량입니다. 이 두 힘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실질 GDP - 즉 물가 변동을 제거한 실제 생산량 - 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합니다.
경기순환은 크게 네 국면으로 나뉩니다.
- 회복기: 저점에서 벗어나 생산·투자·고용이 서서히 증가하는 시기
- 호황기(확장기): 평균 성장 수준을 넘어서며 소득·소비가 최고조에 달하고 물가도 오르는 시기
- 후퇴기: 정점을 찍은 뒤 생산과 고용이 꺾이기 시작하는 시기
- 불황기(수축기): 평균 수준 아래로 내려앉아 실업이 최대에 달하는 시기
일반적으로 상승 국면에서는 물가 상승이 문제가 되고, 하강 국면에서는 실업이 문제가 됩니다. 실업과 재고는 생산·소비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경기가 좋아질수록 실업률은 낮아지고 재고는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저점에서 저점까지, 혹은 정점에서 정점까지를 한 주기(Cycle)로 봅니다. 제가 경제 뉴스를 읽으면서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 바로 이 주기 개념이었습니다. '불황이다'라는 뉴스가 나와도 그게 저점인지 후퇴기인지 구분이 안 됐거든요. 사실 이 국면 구분은 지나고 나서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 늘 함정입니다.
체감 불황과 실제 지표, 왜 이렇게 다른가
제가 직접 주변을 돌아보면 불황이 맞습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98만 6천여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출처: 국세청), 졸업 후 1년 이상 취업하지 못한 청년 비율이 48.6%에 이른다는 기사도 봤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업무 강도가 세서 예전엔 초기 퇴사율이 꽤 높았는데, 요 몇 년 사이 퇴사자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것만 봐도 바깥 일자리 사정이 얼마나 팍팍해졌는지 실감이 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월 기준 97.1로, 29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습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란 기업들이 현재와 미래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숫자로 나타낸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낙관, 낮으면 비관을 의미합니다. 즉, 기업들도 2년 넘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경기종합지수(CI) 가운데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는 작년 11월부터 금년 5월까지 7개월 연속 기준선 10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선행종합지수란 생산·투자·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의 전월 대비 증감률을 합성해 앞으로 6개월 후의 경기 방향을 가늠하는 수치입니다. 체감지표는 바닥인데 실제 선행지표는 긍정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왜 체감과 지표는 따로 노는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엔 지표가 틀렸거나 통계 조작이 아닐까 의심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이미 이 괴리를 설명하는 논리가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20년 코로나 사태처럼 사회 전체에 충격을 준 사건은 실제 지표가 회복돼도 심리적 위축을 장기간 지속시킵니다. 체감경기는 결국 사회 분위기라는 필터를 통과한 숫자입니다.
영화관이 좋은 예입니다. 올해 상반기 입장권 평균 가격이 9,698원으로 3년 만에 1만 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전체 누적 매출과 관객 수는 소폭 증가했고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불황이 선택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실로 남은 가게 옆에 줄 서는 가성비 식당이 공존하는 풍경 — 이것이 지금 우리 경기의 민낯입니다.
일반적으로 불황이면 모든 것이 일제히 나빠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제로는 양극화가 훨씬 더 두드러집니다. 잘 되는 곳은 불황에도 잘 되고, 어정쩡한 포지션의 가게는 먼저 무너집니다. 이번 불황이 길어지고는 있지만, 반도체 훈풍이 제조업 전반으로 퍼지면서 호황 국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기순환 주기가 얼마나 되나요?
A.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수 년 단위로 반복됩니다. 중요한 것은 주기의 길이보다 현재 어느 국면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이는 지나고 나서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이 늘 아쉬운 부분입니다. 저도 뉴스를 보며 "지금이 저점인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Q. 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100 미만이면 무조건 불황인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BSI는 기업들의 심리적·주관적 판단을 반영한 지표이기 때문에 실제 경제지표와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BSI가 기준선 아래면 불황 신호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선행종합지수 같은 실물지표와 함께 봐야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Q.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도 일부 식당이 잘 되는 이유가 뭔가요?
A. 불황기에는 소비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선별하기 때문에 명확한 가성비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도 공실 옆에 줄 서는 식당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봅니다.
Q. 선행종합지수가 좋으면 곧 경기가 살아난다는 뜻인가요?
A. 선행종합지수는 약 6개월 후의 경기 방향을 예측하는 지표이므로, 긍정 신호가 지속된다면 실물 경기가 따라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지표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보여줄 뿐이고, 금리 인하나 수출 호조 같은 추가 변수가 함께 작용해야 체감 경기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경기순환의 이론은 단순합니다. 호황과 불황은 반복되고, 어느 쪽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불황 한가운데 서 있으면 이 단순한 사실이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제 주변 골목에 공실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도 제가 이번에 지표들을 직접 들여다보고 느낀 것은, 체감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BSI 같은 심리지표만 보고 섣불리 절망하거나, 선행종합지수가 좋다고 해서 무작정 낙관하는 것 모두 위험합니다. 불황의 영향이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지금, 어떤 국면에 있는지를 꾸준히 확인하면서 본인의 영역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